2009년 3월, 호주 일간 신문에 이곳 호주 전직 판사가 위증죄로 3년 징역형을 받고 법정 구속되는 기사가 크게 실렸다. 법을 직업으로 하는 필자로서는 흥미진진한 법률기사라 자세히 읽을 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이 기사와 관련된 호주에서의 위증죄와 법을 어겼을 경우 법의 엄격함에 대해 간략히 논해 보겠다.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E라는 전직 판사가 2006년 1월 시드니의 부자 동네인 모스만이라는 곳에서 과속 단속 카메라에 적발되어 법정 속도보다 10킬로 과속한 혐의로(시속 50킬로 지역에서 시속 60킬로로 운전) $75의 범칙금이 발부되었다. 발부된 범칙을 납부하는 대신, 전직 판사는 과속 적발 당시 운전자가 자신이 아니고, 자신의 차를 빌려 운전한 미국인 여교수를 과속 당시 운전자로 지명하였다. 사소한 과속 사건이라 이 사건은 전직 판사의 주장대로 끝나는 듯하였으나,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가진 TV기자가 본격적으로 진실을 알고자 취재한 결과, 전직 판사가 거짓말을 한 것을 밝혀내게 되어 지난 2년 반 동안 이곳 호주 언론계에 흥밋거리로 등장하게 되었다. 추후에 밝혀진 진실은, 이른바 미국인 운전자는 과속 적발 시점 3년 전(2003년)에 이미 사망한 것이 드러났다. 이런 과정에서 전직 판사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자신의 여자 친구가 과속 적발 당시 운전을 했다는 것, 자신의 차를 빌려 주었다는 것, 차를 빌려 주는 과정에서 자신과 차를 빌린 여자 친구가 나눈 대화를 생생하게 작성하여(20 페이지) 법률이 인정한 공술 자술서를 법원에 제출하였다.
재판 과정에서 판사가 작성한 공술서가 진실이 아닌 허위로 밝혀지자, 이곳 경찰이 이 전직 판사를 위증죄(Perjury)로 기소하였다. 이리하여 사소한 과속 범칙금 사건이 전직 판사의 위증이라는 중대한 형사문제로 발전하게 되었다.
재판 과정에서 전직 판사는 자신의 위증죄를 인정하고 법원의 선처를 호소하였다. 정상 참작을 구하기 위해 전직 판사가 법원에 제출한 것은 다음과 같다:
-정상 참작을 탄원하는 많은 유력 인사들의 탄원서 (변호사, 각종 인권단체 수뇌)
-자신의 우울증을 치료했던 정신과 의사의 의학 소견서
이 사건이 벌어지기 전 판사의 화려한 경력은 다음과 같다:
-오랜 기간 법정 출두 변호사 및 판사 역임
-국제적으로 호주를 대표하는 명망 있는 인권변호사
-열악한 호주 원주민의 인권 개선을 위해 1980년도부터 일해 온 인권 변호사
이 사건을 맡는 현직 판사는 다음과 같이 전직 판사를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피고의 그동안 행위는 계획적이고 의도적인 위증(deliberate perjury)이며 계산된 범죄행위(calculating criminality)이다.
-비록 어느 특정 개인이 피고의 위증으로 인해 손해를 입은 것은 없지만 피고의 범죄행위가 정의에 기반을 둔 사법 제도에 상당한 피해를 입혔다(substantial damage to the system of justice).
-전직 법정 변호사 및 판사로서 이런 죄를 범하는 경우 자신의 행위에 대한 중대성을 충분히 인지했어야 했다.
이 사건에 대한 선고로 70세 고령의 전직 판사는 3년 징역형(최소 구속기간:2년)을 받고 법정 구속되었다. 법정에서 구속되어 수감되면서 전직 판사는 교도소가 있는 서쪽 방향 법원출구로, 구속된 판사의 가족은 동쪽 방향 법원출구로 나가면서 슬픈 이별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이별을 하는 전직 판사의 딸의 검은 썬 글라쓰 밑으로 흘러내리는 한줄기 눈물이 (저녁 TV 뉴스에서 봄) 필자의 가슴을 무겁게 했다.
오랜 판사 경력으로 인해 일 년에 받는 연금이 $200,000이나 되며, 사회적으로 명망이 있던 전직판사가 이렇게 인생의 처참한 단계인 감옥바닥으로 굴러 떨어진 것은 무었때문인가?
결국은 $75을 아끼려는 사소한 탐욕이 이런 화를 자초했다고 볼 수 있다. 아무리 전에 공로가 있다 해도 이렇게 위법을 하면 한 순간에 자신의 공덕이 없어진다는 무서움을 알려주는 판례라 하겠다.
이곳 호주에서 각종 법률 서류를 하면서 자신의 말이 진실이라는 공술을 하는 수가 많은데(교통사고, 이민 부, 사회보장 부 관련 서류) (Affidavit/Statutory Declaration), 이런 서류를 작성하고 선서한 다음, 추후 허위로 밝혀지면 위증죄로 위와 같이 처벌될 수 있음을 알아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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