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부터는 약 한 달에 걸쳐 호주의 계약법에 대해 간략히 설명코자 한다. 문화와 말이 다른 이곳에서 이민 생활을 하자면 이 나라에서 살면서 겪어야 하는 각종 계약서를 쓰면서 살아 가야한다. 예를 들면, 집을 사려면 부동산 매매 계약서, 은행에서 돈을 빌리려면 이른바 융자 계약서(mortgage agreement), 새 직장을 잡으면 고용계약서(employment contract), 이동전화를 가입하면 가입계약서를 서명해야 소정의 일이 끝나는 곳이 호주의 현실이다.
또 삭막하게 들리겠지만 결혼도 일종의 장기 계약이라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결혼을 한다는 것은 상호간 한사람과 배타적으로 성관계를 맺고, 경제적으로 서로 돕고 산다는 계약이라 볼 수 있다.
이처럼 수없이 많은 계약서를 보면 매우 복잡해 보이지만, 모든 계약서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일관된 법규가 있다. 이를 이해하면 앞으로 각종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서명할 때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마치 초등학교 때 배운 99단 외운 것이 평생 유용한 것처럼, 호주 계약법의 기초를 이해하면 이 또한 이곳 이민 생활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계약이라 함은 일종의 법적 약속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계약이라는 상법상의 약속은, 일반사회에서 말하는 약속보다 보다 구체적이고, 약속(계약)이 성립하려면 반드시 구비되어야하는 몇 가지 계약의 필수 요소가 전부 구비되어 있어야 상법상 유효한 계약(약속)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춘향전에 나오는 이 도령이 서울로 과거를 보기 전 한 약속은- 과거에 급제하면 결혼하겠다는 약속과 춘향이 일편단심 그런 이 도령을 생각해, 변 사또의 수청요구를 거부하고 정절을 지킨 것- 도덕적인 약속일지는 몰라도 상법상의 약속인 “계약”은 아니다.
계약이 아닌 이유는 계약으로 인정받기위한 필수요수(의도, 약인, 계약 당사자의 계약 체결 법적 능력, 쌍방의 진실한 동의, 계약의 합법성)가 일부 빠져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 도령이 춘향이를 다시 찾아오겠다는 날짜 및 기간이 불확실하고(언제 과거에 합격할지 불확실함), 설사 이 도령이 과거에 합격하고도 조건이 좋은 집안의 다른 규수와 춘향이 대신 결혼을 한다고 하더라도 법적으로 춘향이가 할 수 있는 법적 구제 장치(손해배상 따위)가 없기 때문이다. 또 만약 춘향이가 변 사또의 강압에 못 이겨 또는 마음이 변하여 스스로 변 사또의 여인이 되었다 하더라도 이 도령이 취할 수 있는 법적 구제 장치가 전혀 없었음으로, 최악의 상황이 전개되었다면, 이 도령과 성춘향은 “갑돌이와 갑순이”의 처량한 짝사랑 노래 말처럼 비극으로 끝났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마디로 너무나 막연한 언약으로는(만날 기간, 꼭 결혼하지 않으면 무슨 불이익이 있는지) 계약이 성립하기 어렵다. 또 결혼 약속을 할 당시 춘향의 나이가 만으로 18세가 안된 경우도, 미성년자임으로 본인이 결혼의사가 있더라도 결혼 계약 자체가 무효일 가능성이 높다. 또 비록 자신들의 사랑의 언약을 마음에 깊이 새겼다하더라도, 일반적으로 계약의 확실성을 더 투명하게 하기 위해서는 문서로 쓰는 계약서가 더 바람직하다. 만약 이 도령과 성춘향이 호주 변호사를 만나 상담을 했더라면 춘향전 구성은 전혀 다르게 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위에서 간략히 언급한 바와 같이 법적으로 유효한 계약이 성립하려면, 반드시 계약으로 인정받기위한 필수요수(의도, 약인, 계약 당사자의 계약 체결 법적 능력, 쌍방의 진실한 동의, 계약의 합법성)가 전부가 계약서 내용에 있어야 한다. 또 법리상으론 구두(oral) 계약도 법적 필수 요건을 갖추면 유효한 계약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지만, 분쟁이 있을 경우, 그런 계약의 존재 증명을 하려면 많은 어려움과 비용이 발생함으로 글로 계약서를 작성해야 되겠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부동산에 관한 모든 계약, 부동산 매매, 사업체 매매 등은 반드시 서면(글)으로 계약서를 작성하여야 법적 효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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