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한국인이 호주를 방문하는 것은 너무나 쉬워졌다. 한국인이 관광객으로 입국할 때는 별도로 입국비자를 신청하지 않고, 3개월 체류하는 비자를 거의 자동으로 받고, 한국의 젊은이들이 1년에서 최고 2년까지 호주에서 휴가 겸 일을 하는 비자(working holiday visa)도 있어, 필자가 1983 호주를 방문했을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있다. 1980년대 초만 하더라도 호주를 방문하려면, 광화문 근처 주한 호주 대사관에 가서 받기 어려운 호주 입국비자를 얻기 위해 수많은 서류(재정 보증서, 방문 사유서, 호주 보증인, 재산세 납부 실적…)를 기억이 떠오른다.
또 비행기가 막상 시드니 공황에 도착하자 승객들을 바로 내리게 하지 않고 이른바 외국인이 호주 입국 시 묻혀 올 수 있는 세균을 죽인다고, 호주 검역소 직원들이 비행기 승객을 좌석에 앉혀놓고 분사식으로 된 깡통(can spray) 살충제를 좁고 답답한 비행기 안에 뿌려 매캐한 농약(?) 냄새를 강제로 맡게 한 기억이 난다. 말하기는 몸에 전혀 해가 안 되는 거라고 했지만 그 말도 믿을 것이 못된다. 그렇게 안전에 자신이 있으면, 지금은 왜 그런 제도를 없앴으며, DDT같은 살충제도 처음에는 안전하다고 하다가 몇 십 년 후 발암 물질이 있다고 사용 금지가 되지 않았던가?
하여튼 지금이나 그 때나 호주가 외국인이 입국 시 무슨 병균을 묻혀 올까봐 또는 각종 동식물을 몰래 호주로 반입할까 봐 노심초사하는 것은 지금도 전혀 바뀌지 않았다. 일례로 호주 입국 시 작성하는 입국카드(incoming passenger card)에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다:
“당신은 호주로 나무 조각, 식물, 식물의 한 부분, 한약, 한약재료, 씨앗, 식물의 뿌리, 딸기, 밤이나 호두 같은 것을 갖고 왔습니까?”
여기서 대답으로 “예” 또는 “아니오”를 해야 하는데 정직할 필요가 있다. 만약 위와 같은 것이 없다고 했다가 검사 후 있는 것으로 판명하는 경우, 현장에서 벌금이 부과되거나 사안이 심각한 사건의 경우, 법원에 기소하여 법에 정한 벌금과 심지어는 징역형을 구형하기도 한다.
위와 같은 사건을 다루는 법은 대개 세관법(The Customs Act 1901)과 검역법 (The Quarantine Act 1908)을 적용하는데, 간단히 위법 사실과 벌칙을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검역법 위반 시의 벌칙:
-해로운 곤충, 동물, 식물을 허가 없이 호주로 반입하는 경우: $5,000 벌금 또는 2년 이하 징역 (관련법:67(1)조)
-호주에 해로운 곤충, 질병, 동식물인지 알면서, 호주에 반입하는 경우: 최고 10년까지의 징역 (관련법 67(1) (c))
-허위로 입국 수하물(baggage)에 대해 기재하는 경우: $2,000 벌금(관련법:70(A)(3))
-호주로 반입하는 물건에 대해 허위로 기재하거나 속일 의사가 있었다고 인정되는 경우, 또는 검역법에 위반되는 물품을 소지한 경우: $5,000 벌금 또는 2년 이하의 징역
-호주 검역관에게 반입하는 물품에 대해 허위로 진술하는 경우: 2년 이하의 징역(관련법:70(c))
일단 사안이 법원으로 이송되는 경우, 위에 언급한 각종 벌금 및 징역형 외에, 정부 변호사 비용(Australian governments solicitors)의 법률 경비를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 부담해야한다.
어떻게 보면 가혹하다 할 만큼 생각이 되는데, 이는 호주 국익과 관련된 축산업과 곡식 시장 및 면화 시장이 상당히 큰 호주로서는 당연한 자구책이라 할 수 있다. 입국하는 개개인이 무심코 반입하는 동식물이 호주 경제 기반이 되는 축산업이나 곡식 재배, 농산 시장 ($60억불) 또는 원예 작물 시장($280 억불)을 황폐화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즈음 한국인은 쉽게 호주 입국을 할 수 있지만, 절대로 위 관련법에 어긋난 각종 꽃 씨앗이나 한약 재료 등을 호주 세관에 신고 없이 갖고 입국해서는 안 되겠다. 변호사로 일하다보면 위와 관련된 사건이 일 년에 몇 차례씩 됨으로, 호주에 입국하는 한국인은 이런 호주의 엄격한 세관 및 검역법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법적책임면제 고지 : 게시된글은 독자의 이해을 돕기위해 쓴글이며
실제는 경우에 따라 많은 변화가 발생하므로
게시된 글에 대한 일체의 법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