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달 동안 유언장의 필요성과 유언장이 무효가 되는 경우 등을 설명하였다. 이번 주는 마지막으로 유언장 없이 사망하는 경우 고인의 유산 분배를 할 때 관련 법원의 승인 절차를 간략히 설명하겠다.
유언장이 있는 경우에는 고인의 유산을 유언장대로 분배하면 되지만 유언장이 없는 경우에는 이 곳 관련법(the Administration and Probate Act 1958)에 의해 유산이 분배된다.
법적으로 유언장 없이 사망한 것을 “intestacy”라 하고, 고인의 유산을 ”estate”라고 한다.
만약 유언장 없이 사망한 경우, 고인의 유산 배분에서 배제되는 사람은 고인의 배우자, 직계 가족이 아닌 사람들이다(예: 절친했던 친구).
현지 관련법은 유언장이 없는 상태에서 유산 배분절차와 유산 배분 수혜자의 자격을 명시하고 있다. 관련법은 유언장이 없는 상태에서 발생하기 쉬운 무질서, 유산 배분 분쟁 및 극도로 불편한 상황에서 질서 정연한 체계로 유산분배집행을 도모하는 체계라 할 수 있다.
우선 유산 분배를 하려면 관련 법원(the Supreme Court)에서 유산분배(Grant of Administration)와 유산 분배 집행인(Administrator) 허가 및 임명을 받아야 한다.
이렇게 법원에 유산 분배 집행인으로 인정받기 위해 제출해야 되는 서류는 다음과 같다:
-광고(유언장 없이 고인이 사망했다는 것과 혹시 유언장이 있으면 법원에 연락하라는 내용의 광고: Intestacy advertisement)
-유산 분배 집행인의 공술서 (Affidavit of Administrator (Intestacy))
-법원에서 유언장 존재여부를 찾아봤으나 유언장이 없었다는 확인 및 공술서
-고인의 총자산 및 부채 일람표 (Inventory of Assets and Liabilities (Intestacy))
-법원의 유산분배 집행인 허락 명령서 작성(Order of Registrar for Grant of Administration (Intestacy))
-유산분배 집행 신청서(Originating Motion for Grant of Administration Upon Intestacy)
-유산 분배 허락서(Parchment (Intestacy))
위에 적힌 법률 서류를 작성하는 것은 일반인에게는 무리임으로 아무래도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일단 위에 적힌 소정의 법원 절차를 거친 후, 법원의 승인(Grant)이 떨어지면 고인의 유산을 법대로 배분하게 된다. 고인의 유산은 고인의 부동산, 은행 구좌에 남은 돈, 가구, 자동차, 서적 등 모든 유산이 분배 대상이 된다.
하지만 부부 공동 부동산(Joint Property)은 생존한 배우자에게 자동적으로 넘어가며, 유산 배분대상이 아니다. 아무튼 유언장이 없는 상태에서 유산 분배 집행인의 역할이 막중하다 할 수 있다. 생존한 배우자가 있는 경우 대개 고인의 배우자가 유산분배 집행인이 된다.
관련법에서 유산 분배를 받는 수혜자(beneficiaries)로 인정한 사람은 다음과 같다:
고인의 배우자, 전 배우자, 부부의 자녀 들, 부모, 조부모, 고인의 형제, 자매 등이다.
유산 수혜자의 권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생존한 배우자(surviving spouse)-부부 사이에 자녀가 없는 경우, 생존한 배우자가 고인의 유산 전부를 이어 받는다. 여기서 배우자란 결혼한 배우자, 사실혼 배우자, 및 동성의 배우자까지 포함한다.
2. 자녀: 고인의 자녀들은 균등하게 유산을 배분 받는다. 여기서 자녀는 적법한 자식뿐만 아니라,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난 사생아도 해당된다.
3. 만약 고인이 배우자나 자식이 없는 경우, 고인의 부모, 조부모, 형제, 자매 등이 수혜 대상이 된다.
4. 마지막으로 위에 언급한 1,2,3항의 수혜자가 없는 경우, 국가로 유산이 귀속된다.
위 유산배분 수혜자 명단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관련법에서 규정한 수혜자는 고인의 뜻을 정확히 반영한다고 볼 수 없다. 예를 들어 고인이 사망하기 전 오래 동안 자신의 병간호를 해준 사람이 있어, 그런 사람에게 자신의 유산일부를 주려고 생전에 생각했어도, 그런 사람이 위에 언급한 수혜자 범주에 속하지 않으면, 유산을 분배받을 수 없다.
또 자신의 자식 중 고인과 의절하고 사는 자식이 있어도, 유언장 없이 사망하는 경우, 고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유산의 일부가 그런 자식에게도 배분된다. 만약 여러 자식이 있는데, 그 중 한 자식이 정신 지체가 있어 다른 자식보다 조금 더 유산을 주고 싶어도, 관련법은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자식 간에 균등한 분배만을 허용한다. 이러한 점에서 관련법은 많은 제한과 문제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유언장이 있어, 고인의 유언장대로 유산을 배분하는 것은 자신의 몸에 꼭 맞는 양복을 맞춰 입는 것과 같고, 유언장 없이 사망하여 고인의 유산을 분배하는 것은 자신의 몸 크기와 상관없이 주어진 기성복을 입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다행히 그런 기성복이 자신의 몸에 맞는다면 천만다행이겠지만, 몸에 전혀 맞지 않는 옷을 입는 격이라면 얼마나 불편하겠는가?
변호사 입장에서는 위에 같은 이유 때문에, 손님들에게 생전에 본인의 의사 및 상황에 맞는유언장 작성을 하도록 강력히 권하는 것이다.
2010.4.10 멜번 일요 신문에 쓴 글. 글쓴이: 민재홍(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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